단군릉 유골 어떻게 측정했나?

​[칼럼] 과학이 만드는 세상
2004.11.22 00:00 이종호 과학국가박사

1993년 10월 북한은 평양시 강동군 강동읍 대박산 동남쪽 경사면 기슭에 있는 단군릉으로 알려진 무덤에서 단군과 부인의 뼈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측의 주장에 의하면, 단군릉은 석조로 된 고구려 양식의 무덤으로 현실은 동서로 273센티미터, 남북으로 276센티미터이며 바닥에서 1단까지의 천장의 높이는 160센티미터이다. 무덤칸의 바닥에는 3개의 관대가 남북 방향으로 놓여 있고 그 위에 뚜껑돌을 덮었다.

단군의 무덤이 고구려 무덤 양식으로 되어 있는 것은 고구려 때 무덤을 개축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고구려에서는 시조인 동명왕을 단군의 아들로 여겼기 때문에 단군릉을 고구려식으로 개축했다는 것이다. 특히 무덤 앞에서 고려시대의 유약을 바른 기와조각도 발견되었는데 그것은 고려시대에 단군릉 앞에 제당이 있어 제사를 지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추정했다.

일제 강점기에 도굴된 무덤은 특별한 유물은 나오지 않았으나 부장품으로 금동관 앞면의 세움장식과 돌림대 조각이 각각 1개, 금동뼈의 패쪽이 1개, 토기조각과 관못 6개가 수습되었다. 또한 남녀 두 사람분의 86개에 달하는 유골이 발견되었는데, 넓적다리뼈, 손뼈, 갈비뼈 외에 팔다리뼈와 골반뼈도 나왔다. 그 중 42개가 단군의 뼈이고 12개는 여자의 뼈이며 나머지 32개는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유골을 검사한 북한 과학자들은 단군에 대한 신상명세서의 일부분을 채울 수 있었는데 중요한 것은 그의 출생 연대가 5011 267년(1993년 기준)이라는 점이다. 연대 측정의 정밀을 기하기 위해 두 연구기관이 전자상자성공명 연대측정방법을 사용하여 6개월에 걸쳐 각각 54회의 측정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 경우의 측정 연대는 무덤에 묻힌 사람의 출생 연대이다.

단군의 키를 다리뼈로 추정하면 171.3센티미터, 팔뼈로 추정하면 173.2센티미터로 최소한 키가 170센티미터 이상은 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이 키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큰 체구였으며, 사망할 때의 나이는 70세 가량이었다고 했다. 또 단군은 허리가 곧바른 체형의 소유자였으며 같이 묻힌 부인은 젊은 여성이라고 했다.

북한에서 단군과 그의 부인의 유골이 발견되었다고 발표하자 일부 학자들은 단군의 유골이 5천여 년이나 되었는데도 너무 깨끗하다는 점을 들어 북한의 주장에 의심이 간다는 지적을 곧바로 제기하였다.

<토리노 수의의 검증>
연대측정의 신빙성에 대해 가장 논란이 많았던 것은 ‘예수의 수의’로 알려진 이탈리아 토리노(Torino)의 지오바니 바티스타 성당에 보관되어 있던 커다란 천이다.

이 수의는 불가사의한 성유물(聖遺物)답지 않게 폭 1.2 미터, 길이 4.36 미터의 겉보기에는 일반 천과 다를 바 없는 자색 천이다. 이 천은 좌우 동형인 듯한 반점과 몇 개의 붉은 반점, 그리고 1532년에 이 수의를 보관하고 있던 샹베르 교회에서 일어났던 대화재에 의하여 일부분이 탄 흔적이 있을 뿐이다.

이 수의가 세인의 주목을 끌게 된 것은 좌우 동형의 반점이 가까운 데서 보면 단순히 짙거나 흐릿한 일련의 반점으로 보이지만 약간 떨어져서 보면 복부에 두 손을 얹어 놓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수의는 반으로 접힌 상태에서 한 쪽은 사람의 정면을, 다른 한 쪽은 사람의 등을 보여준다. 이 모습은 예수가 십자가형을 당한 후 이 천으로 시신을 덮었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전해진다. 또한 붉은 색의 짙고 엷은 반점은 바로 예수가 십자가형을 받은 후 수의로 시신을 덮을 때 예수의 상처에서 나온 출혈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믿어졌다.

1984년에 영국의 사진사 커티스 후버는 미국 NASA 연구팀과 8년간의 공동 작업으로 토리노 수의에 박힌 인물의 모습을 컴퓨터로 재현하였다. 인영(人影)의 주인공은 181센티미터의 키에 체중은 77킬로그램이며 잘 발달된 근육의 소유자로서 고귀한 신분의 아랍이나 유태인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이는 대체로 30세에서 45세 사이로 성경에 기록된 예수의 이야기와 거의 일치했다.

토리노 대학 교수인 티노 제우리와 부르노 발바리스는 수의의 주인공과 예수와의 상관 관계를 종합하여 확률적으로 비교할 때, 수의의 주인공과 예수가 동일 인물이 아닐 확률은 2,250억 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토리노의 수의가 진정한 예수의 수의로 인정받으려면 수의의 제조연대가 예수 시대임을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의가 유럽에 공개되기 시작한 시기가 14세기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탄소연대측정을 꼭 거쳐야 했다.

교황청의 허가는 쉽사리 내려지지 않았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1968년에 바오로2세는 가톨릭교회의 가장 유명한 성유물 중 하나로서 제1대 교황인 성 바오로가 사용했다고 알려진 의자의 연대를 측정하도록 허가했다. 이 의자는 상아로 상감된 참나무 재질의 고가구로서 유명한 조각가이자 건축가인 베르넹에 의해 1657년에 제작되기 시작하여 1666년에 완성된 금박 입힌 청동 기념물 안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탄소 연대 측정을 해보니 이 유물은 기원후 9세기 작품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예도 있던 터에 굳이 과학이라는 명분으로 인간의 정신적인 영역인 종교가 침해당하는 것이 옳으냐는 비판도 있었다. 종교적인 분야는 과학이 아닌 종교문제로 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다른 문제도 있었다. 고대 유물이 진본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데 C14 탄소 연대측정법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C14 탄소연대측정을 위해서는 수의를 적어도 가로, 세로 15센티미터 크기로 오려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의 가톨릭 신자들의 구심점인 교황청으로서는 토리노의 수의를 과학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압력을 계속 묵살할 수는 없었다. 우선 교황청에서도 토리노의 수의가 진짜임을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탄소 연대 측정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수의의 주인공이 예수가 아닐 확률이 2,250억 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고 발표된 데다가 수의가 진짜로 판명될 경우 기독교인들의 믿음에 결정적인 도움이 되리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더구나 과학자들은 새로운 가속질량분석기를 사용하면 길이 7센티미터에 폭 1센티미터의 크기만으로도 연대 측정이 가능하다고 교황청을 부추겼다.

결국 교황청은 이와 같은 우여곡절을 겪은 후 토리노의 수의를 C14 탄소연대측정법으로 진위를 가리기로 결정했고 1988년 4월 21일 바티칸은 지오바니 바티스타 성당에 보관되어 있는 ‘토리노의 수의’를 자른 우표 크 기만한 작은 조각을 미국 아리조나의 터슨 대학,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 스위스의 취리히 폴리테크닉 대학의 실험실에 전달하도록 허가했다.

수의의 진본과 함께 기원 후 2세기 초와 중세 말기의 대조 표준들, 즉 연대가 정확히 알려진 다른 견본들도 보내졌다. 핵 가속기들이 이 수의에 남아있는 방사성 탄소 동위 원소들을 측정했다. 이와 같은 실험의 정확도는 95퍼센트이며 실험 결과의 오차는 200년 미만이다.

1988년 10월 13일 10시 토리노의 지오바니 바티스타 성당의 발레스트레로 추기경은 세 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결론은 놀랍게도 수의는 가짜라는 것이었다. 토리노 수의의 제작 연대는 수의가 유럽에서 처음 발견되던 바로 그 시기인 기원 후 1260년에서 1390년 사이로 판정되었다.

바티칸은 실험 결과를 받아들였고 토리노의 수의는 예수와는 관계가 없음을 공인하였다.

토리노 수의가 예수의 수의로 알려지게 된 경위도 비교적 정확하게 밝혀졌다. 십자군의 공격으로 시작된 십자군전쟁은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인들로서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제1차 십자군에 의해 예루살렘을 점령당한 아랍인들과 십자군은 거의 200여 년 동안 혈투를 벌였다.

십자군들은 예수에 관련된 그 어떤 유물에도 광적인 관심을 보였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처형된 후 예수의 시신을 덮었던 수의, 소위 예수의 수의가 있다면 십자군들이 큰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 아랍인들은 가짜 수의를 만들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짜냈다.

이때에 수많은 수의가 돌아다녔는데 십자군 전쟁이후 유럽에서 예수의 수의로 알려진 수의가 무려 30여 개가 되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토리노의 수의는 그 중에서 근래까지 진짜라고 알려져 있었는데,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그것 역시 가짜로 판명된 것이다.

<살아있던 흔적은 모두 측정할 수 있는 C14 탄소연대측정법〉
인간의 역사는 고문서나 유물 유적과 같은 자료들을 연구함으로써 밝혀진다. 그러나 인간이 글자를 사용한 것은 그 절대 연도가 겨우 몇 천 년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제작 연대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표시를 해둔 것도 많지 않아 그 자료들이 언제 제작된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연구가 된다.

고대 유물이 언제 제작되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은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베일에 가려져 있는 고대사를 규명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건이 된다. 학자들은 고대 유물이 만들어진 정확한 연대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현재까지 알려진 절대 연대 측정방법에는 C14 탄소연대측정법, 열형광법, 아미노산정량법, 핵분열비적법, 전자상자성공명법 등 10여 가지가 있다.

세계를 놀라게 했던 토리노 수의가 가짜임을 증명한 것은 유명한 C14 탄소연대측정법이다. 이 방법을 개발한 사람은 1960년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리비(Willard Frank Libby)이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원자폭탄을 제조하는 ‘맨해튼 계획’에도 참가했는데 그의 임무는 원자폭탄을 제조하는데 필요한 우라늄 동위원소를 분리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불안정한 방사능 물질을 안정된 정상적인 물질로 변화시키는 핵의 자연 붕괴를 이용하여 각종 연대를 측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방사성 물질이 발견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였다.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는 1904년에 방사성 원소인 토륨이 어떻게 정해진 비율로 붕괴하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련의 다른 원소들로 바뀌고 결국 납 형태로 안정화되는지를 설명했다.

이것이 ‘반감기’로 러더퍼드는 방사능 물질을 통해 지구의 나이를 측정할 수 있다고 예견했다. 이 당시 대부분의 학자들은 원자는 결코 파괴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같은 원소의 변환을 주장한 러더퍼드는 많은 학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05년에 미국의 B. 볼트우드는 방사성을 사용하는 측정법을 개발하여 지구의 나이는 적어도 22억 년, 태양계의 나이는 50억 년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리비는 이들의 가설을 한 차원 높게 발전시켰다.

탄소에는 C12, C13, C14가 있다. 이 세 가지 탄소는 서로 무게가 다른 탄소로 동위원소라고 부르며 12, 13, 14는 무게를 나타낸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처음에 있었던 C14를 1000개라고 하면, 5730년 후에는 원래의 반인 500개로 되고 다시 5730년이 지나면 다시 반인 250개, 1만7190년 후에는 125개로 줄어든다. 이러한 성질을 갖는 동위원소를 방사성동위원소라고 하는데 C14의 경우 반감기는 5730년이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탄소를 함유하고 있는데 그 대부분이 C12과 C13이고 C14는 지극히 미세한 정도밖에 함유되어 있지 않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에 함유되어 있는 C12의 양을 1이라고 하면 C13의 양은 0.01, C14의 양은 10-12에 지나지 않는데 이 비율은 항상 일정하다.

리비가 착안한 원리는 간단하다. 생물이 죽으면 더 이상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 못한다. 따라서 죽은 동물, 식물, 박테리아 안의 방사성 탄소인 C14는 붕괴되어 그 양이 점점 줄어든다. 반면 C12 또는 C13은 비방사성이므로 유기체가 죽어도 그대로 남아 있다. 다시 말하면 C14 대 C12, C13 비율은 유기체가 죽은 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하므로 일단 한번 살아 있던 물질이라면 이 비율을 측정하여 생명체가 언제 죽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리비는 생물체 안에서 C14 활동량을 감지하면 생물체가 살아 있던 시기를 측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대단히 민감한 가이거 계수관(방사능 측정기)을 제작했다. 리비가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정상적인 방사능의 영향으로 그는 이것을 배제하기 위해 8인치 두께의 납으로 이 계수관을 둘러쌌다.

리비는 처음에 연대가 알려진 세콰이어 나무와 같은 자연물을 먼저 실험하여 기초 자료를 쌓았다. 그 후 연대가 잘 알려진 이집트의 세소스트리스 파라오의 무덤에 부장되어 있던 장례용 배의 갑판 나무를 실험했다. 실험 결과와 역사적으로 알려진 연대는 정확히 일치했다. C14를 이용한 탄소연대측정법으로 고대 유물의 연대를 측정한 자료들이 신뢰할 만한 것이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리비에게는 수많은 연대 측정 의뢰가 들어왔다. 영국의 스톤헨지에서 발견된 숯, 멕시코의 거대한 태양 피라미드뿐만 아니라 칠레에서 발견된 고대 나무늘보의 배설물까지 있었다. 그는 마지막 빙하기가 과거에 학계로부터 인정받았던 연대보다 훨씬 뒤인 약 1만 년 전에 끝났다고 발표했다.
C14 탄소연대측정법은 고고학과 지질학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나무, 석탄, 천, 뼈, 조개껍질, 동식물의 조직 등 일단 한 번 살아 있었던 물질이라면 무엇이든 이 기술에 의해 처리될 수 있다. 고대 인류의 주거지나 이집트의 무덤, 지질학적 암석층, 그리고 다른 많은 역사적, 고고학적, 지질학적 가치를 가진 항목들의 연대도 결정될 수 있다. 이와 같은 방법은 발달한 핵물리학, 우주학과 신기술이 고고학과 인류학, 지질학에도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시료를 그대로 측정기에 넣는다고 곧바로 연대가 계산되어 나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측정시료는 대부분 많은 불순물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땅속에서 출토된 유물 등에는 토양에 함유되어 있는 탄소가 스며들어 있기도 하고 고문서에는 얼룩이나 손때 등이 묻어 있다. 불순물에 새로운 탄소가 포함된 시료를 그대로 측정하면 그 연대치의 오차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론적으로 정확한 연대측정을 하려면 다양한 시료로부터 순수한 탄소를 끄집어내는 고도의 정밀 작업을 먼저 해야만 한다.

C14 탄소연대측정법은 고고학 분야에서 발견되는 중요한 유물들의 연대를 측정할 수 있으므로 매우 유효한 방법이지만 이 방법의 결정적인 단점은 1회 측정에 수 그램의 탄소 시료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연대를 구하고자 하는 문화재인 경우 매우 귀중한 것이 많아서 측정을 위해 수 그램이나 되는 탄소 시료를 떼어 낸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앞에서 설명한 토리노의 수의 경우도 귀중한 수의를 상당 부분 잘라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것이 1970년대 후반에 등장한 가속기질량분석법이다. 가속기질량분석법을 사용하면 불과 0.001그램의 탄소 시료로도 정확한 연대측정을 할 수 있다. 즉 귀중한 문화재로부터 떼어내야 하는 양이 이전까지의 약 1000분의 1로도 가능해진 것이다.

C14 탄소연대측정법으로도 연대 측정에 다소 오차가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시료에 오염물질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 더욱 더 오차가 커질 수 있다. 그리하여 C14 탄소연대측정법을 보완하는 방법이 강구되었는데 그것은 나무의 나이테를 세어보는 것이다. 사실 정밀도 측면에서만 본다면 나무의 나이테의 변화를 보고 연대를 측정하는 것을 따를 수 없다.

나무의 나이는 나무껍질과 그 안쪽 나이테 사이에 있는 분열기능을 갖는 형성층의 작용에 의해 매년 1개 층 씩 늘어난다. 미국의 천문학자인 A. E. 더글러스 박사가 20세기 초에 나이테를 이용하면 연대측정을 정확하게 할 수 있다고 제안했는데 이를 연륜연대측정법(Dendrochronology)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C14 탄소연대측정법과 같이 복잡한 조건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도 오차가 적은 고정밀도의 연대측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동양에서는 건축물을 비롯하여 많은 유물들이 나무로 만들어졌으므로 더욱 유용한 방법이다. 일본의 경우 기원전 1000년 경 이후의 일부 목재로 만든 유물은 몇 년의 오차가 없을 정도로 정확한 연대를 측정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나라문화재연구소>는 2004년, X선을 사용한 CT(컴퓨터단층촬영장치)로 목조상의 나이테를 촬영하여 제작연대를 판정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목조미술품의 대부분은 표면에 채색이 되어 있어 연륜을 알 수 없는 것이 많은 것에 착안했다.

연구소는 제작연대 미상의 대좌에 앉아 있는 높이 27센티미터의 남신상의 채색된 표면으로부터 연륜을 측정할 수 없게되자 맨 바깥쪽 연륜이 있는 대좌의 각으로부터 중심을 향해 10장의 단층화상을 촬영 187년의 연륜을 확인했다.

이덧들을 표준 연륜 패턴과 조합한 결과 맨 바깥쪽 목재의 연륜은 1555년으로 나왔으므로 이 남신상은 이 해 이후에 제작된 것으로 판명됐다. 학자들은 이번 <나라문화재연구소>의 년령측정 성공으로, 유물의 형태나 양식만으로 제작연대를 판단하는 대부분의 미술사학계나 고미술업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충북대학교 <농업과학기술연구소>의 박원규 박사가 폴란드 <순수예술원>의 코마스 봐즈니 교수 등과 함께 경복궁 경회루에 사용된 소나무의 나이테를 검사한 결과 이 목재가 1864∼1866년 겨울에 벌목됐을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경회루 축조 연대(1867년)와 일치하는 등 연륜연대측정법의 정밀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물론 유물의 정확한 연대를 산정하기 위해 C14 탄소연대측정법과 연륜연대측정법을 상호 보완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추천되지만 이 경우 목재가 발견되어야 한다는 제한 조건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C14 탄소연대측정법의 또 다른 약점은 측정할 수 있는 연대가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C14 탄소연대측정법은 대략 5백 년부터 7만 년까지의 대상물을 적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3만5천 년 전까지가 한계라고 인정된다.

이런 문제의 해결에 화학반응을 이용한 연대측정법이 사용된다. 원리는 화학반응률을 먼저 가정한 다음 새로 생긴 화학물질의 양을 측정해 그 비율에 따라 연대를 측정하는 것이다.

최근 이 분야의 연구가 활발한데 그 이유는 상대적으로 손쉽고, 신속하고 값싼 방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방법은 인류학자, 고생물학자, 그리고 고지형학자들이 선호하는데 연대측정의 대상이 생물체의 유해를 선정한다는 점은 앞에서 설명한 C14탄소연대측정법과 유사하나 전자는 방사성동위원소의 붕괴원리에, 후자는 화학물질의 반응률에 기초를 둔다는 것이 다르다.

그런데 이 방법에 사용되는 시료로는 일반적으로 타조 알이 가장 많이 등장한다. 오늘날에는 타조가 살고 있는 지역이 한정되어 있지만 선사 시대에는 세계 각지에서 살았었다. 그래서 타조 알은 아프리카는 물론 중국에서도 발견된다. 타조 알 껍질은 비교적 흔하게 발견되는데, 알의 크기가 달걀의 20배에 달해 선사시대 사람들이 매우 유용한 식량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타조 알은 두께 1.5mm나 되어 사람이 올라서도 깨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므로 토기가 발명되기 이전에 물을 담아 다니기에 가장 이상적인 그릇이었다. 타조 알을 병처럼 꼭대기를 깨뜨리면 1리터 정도의 물을 넣을 수 있다.

타조 알로 연대 측정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하다. 화석 속의 해골에는 10여가지 아미노산이 있다. 아미노산의 구조는 탄소원자를 축으로 한 쪽은 수소, 다른 쪽은 4∼5개의 분자그룹이 서로 비대칭으로 마주보고 있다. 분자그룹이 놓이는 위치가 서로 다른 아미노산의 이성체가 연대측정의 수단이 되는 것이다.

이것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타조 알의 껍질에 있는 단백질의 아미노산에는 L형(왼쪽)과 D(오른쪽)형 두 가지가 있다. 그런데 생명체 안에서 합성되는 아미노산은 L형 하나뿐이다. 두 가지 다 상당히 안정적이지만 수천 년 동안 그대로 내버려두면 L형이 D형으로 조금씩 변한다.

이것은 생물체가 죽은 시간의 길이에 비해 D형 아미노산이 많아진다는 것을 뜻하는데 이를 ‘라세미아’ 반응이라고 부른다. 이 비율을 측정해 보면 그 알이 타조의 몸에서 빠져 나온 후 얼마나 지났는지를 알 수 있다. 칼라하리 사막에서 발견된 타조 알의 껍질은 6만 5천년에서 8만 5천년이 되었음을 확인되었다. 타조 알 껍질은 앞으로 더욱 정확한 인류의 변천사를 알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타조 알을 사용하면 3만 5천년에서 20만 년 사이의 연대를 측정할 수 있다.

〈방사선의 손상에 의한 측정법〉
유적의 발굴 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흔적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인간이 만들어 놓은 문명의 발자취를 찾는 것인데 C14 탄소연대측정법, 연륜연대측정법, 화학반응을 이용한 타조알 측정 등은 일단 살아있던 동식물의 잔해가 발견될 경우에는 유용한 측정법이지만 이러한 유기물이 현재까지 남아 있으려면 매우 특별한 환경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결국 유기물의 존재가 없더라도 인간의 흔적을 갖고 연대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된다.

이와 같은 목적에 사용될 수 있는 것이 방사선의 손상에 의해 시료를 측정하는 것이다 방사선이 물질에 닿으면 그 물질에 어떤 흠집을 남긴다. 그런 흠집은 연대측정뿐만 아니라 방사선의 계측에도 많이 사용되는데 대표적으로 열형광측정법(TL법), 전자상자성공명법(ESR법), 피션트랙법(FT법)이 있다.

학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토기이다. 토기는 인간이 매우 오래 전부터 용기로서 사용했는데 환경이 좋은 인간의 거주지에는 인간들이 대를 이어 계속 거주했기 때문에 유적지를 발굴하면 아래층으로 파내려가면서 계속 유물이 발견된다.

상식적으로 아래층에서 발견되는 것일수록 오래된 것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같은 장소인데다가 단지 깊이 차이만 있으므로 각 층에서 발견되는 유물들의 연대를 알아내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다. 이때에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이 유명한 열형광연대측정법으로 토기나 화산재 등이 흡수한 자연 방사선량을 측정하여 연대로 환산하는 것이다.

형석이라는 하얀색 광물이 있는데 이것을 히터로 가열하면 파란빛을 낸다. 이런 현상을 열형광(luminescence)이라 한다. 원칙적으로 거의 대부분의 재료들은 가열하면 발광하지만 형석처럼 육안으로도 알 수 있을 정도의 강한 열형광을 내는 광석은 거의 없다.

이 연대측정법은 1940년대에 알려졌지만 1945년 일본의 히로미사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일본에서 방사선을 검출하는 방법으로 이용되면서 급속도로 발전되었다.

물론 이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측정 대상인 광물이 강한 빛을 내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광물의 구조가 견고하고 몇 백 년 동안 변하지 않고 안정적이어야 하며 더구나 흡수한 방사선의 양에 비례하여 열형광의 양이 커야한다.

즉 오래된 것만큼 강한 빛을 내는 성질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 가장 적합한 것이 바로 석영이다. 석영은 다른 성분이 거의 없어, 화학적으로 매우 순수하며 주로 육각주상의 결정을 이루며(수정이라 부름) 화학 조성이 SiO2로 대부분의 흙이나 점토에 함유되어 있으므로 고대인들이 사용한 토기에 당연히 포함돼있다고 볼 수 있다.

열형광측정법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주로 사용되는 방법으로는 0.1밀리미터 정도크기의 석영을 시료로 사용하는 경우와 0.002 0.01밀리미터 크기의 혼합된 광물을 시료로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열형광측정법의 장점은 불과 70년 전의 기와에서 50만 년 전의 화산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연대를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측정법이 개발되었기 때문에 화산재는 고고학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로 인식된다. 대규모의 화산 폭발로 분출한 화산재는 상당히 먼 거리까지 퍼져 나가 지층을 만들므로 이것을 측정하면 유적의 연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래에는 열형광연대측정법과 유사한 광형광연대측정법도 개발되었다. 1980년에 개발된 이 방법은 가열된 광물뿐만 아니라 빛에 노출된 광물을 측정시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유적의 문화층을 직접 연대측정할 수 있다. 화산재층이 없는 경우 특히 이 방법을 사용한다.

〈전자상자성공명법으로 유골 측정〉
남측의 일부 학자들이 북한의 주장에 의심이 간다고 지적하자 북한 학자들은 이러한 원천적인 의문에 명쾌한 답을 했다. 그것은 한마디로 단군의 유골이 석회암 지대에 매장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단군릉은 우묵하게 침식된 석회암 사이를 깊이 파고 암반 위에 묘실을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유골이 석회암 속에 있는 가용성 광물질이 많이 용해되어 있는 지하수나 물기의 침습을 계속 받을 수 있어 화석화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사람뼈의 화석화는 뼛속에 있는 유기질이 광물질로 교체되고 뼛속에 생긴 공간에 광물질이 채워져 돌처럼 굳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석회암 지대에 침수된 지하수는 석회암 속의 가용성 물질을 용해시키기도 하고 결정으로 만들기도 하는데, 석회암이 녹아 형성된 광물질이 많은 지하수나 물기가 계속 유골에 작용하면 뼈세포 속에서 광물질이 석출되어 그곳에 채워지고 또 삭아 없어지는 빈자리에도 광물질이 들어가게 된다.

또 분자 수준에서 유골과 광물질 사이의 자리바꿈도 진행된다. 이 경우 유골은 돌과 같이 굳어지면서 본래의 형태를 유지하게 되며 부패작용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외력에 대해서도 저항력이 강해진다.

세계적으로 인류화석이 석회암 지대의 자연 동굴이나 석회암 바위 그늘 밑에서 발굴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북한에서 한반도의 고인류로 분리되는 역포 사람, 승리산 사람, 용곡 사람 등으로 불리는 인류화석들도 모두 석회암 동굴의 퇴적층에서 발굴되었다.

둘째는 유골을 부식시키지 않는 토양 속에 묻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화석화된 뼈는 부패나 외력에 대해서는 매우 강하지만 화학적 작용에는 민감하여 예상외로 견딤성이 약하다. 이 말은 약산이나 약알칼리성에도 쉽게 삭아 없어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단군이 매장된 토양은 화학적으로 산성이 아니라 뼈가 부식되지 않고 잘 보존될 수 있는 전형적인 중성 토양이라는 것이 북한 학자들의 주장이다.

결론적으로 단군릉은 석회암 지대에 자리잡고 또 중성 토양이기 때문에 유골이 5천 년에 이르도록 보존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사실 5천 년 전의 무덤에서 뼈가 남아 있다는 사실은 조금도 신비한 현상이 아니다. 중국의 경우 황화강 일대에서 백여 개에 해당하는 사람뼈가 발견되었는데 연대 측정에 의해 기원전 4300∼3600년으로 판정되기도 했다. 심지어 인류의 조상으로 분류되는 유골은 몇 천만 년 전의 것으로 판정되기도 한다. 단군의 경우 흔히 볼 수 있는 경우는 아니지만 그렇게 희귀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런데 남북한 학자들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분야는 북한이 잘 알려진 C14 탄소연대측정법을 사용하지 않고 방사선의 손상에 의한 측정법 중에 하나인 전자상자성공명법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남한의 일부 학자들은 북한이 C14로 측정하지 않은 이유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전자상자성공명법은 1944년에 원리가 밝혀진 후 1980년경부터 본격적으로 고고학과 지질, 지리학 분야에 적용되기 시작한 최신 측정법이다. 우주선을 포함한 자연 방사성 원소들에서 나오는 방사성이 물질에 닿으면 그 물질에 흠집을 남기는데, 이 결함은 방사선 양에 비례하여 많아지며 색을 띠게 된다는 것이 이 측정법의 핵심이다.

이 결함의 양, 즉 홑전자의 수는 피격된 방사선의 양에 비례하는데 이 결함을 전자 스핀으로 검출한다는 것이다. 전자 스핀이란 전자의 회전에 의해 원전류를 발생시키면서 자기장을 구성하는데 이를 마이크로파가 존재하는 전자기장 안에 두면 손상된 부분이 마이크로파를 흡수하여 그 방향이 반대가 되는 것을 뜻한다.

전자상자성공명법은 다른 연대측정법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퇴적암의 연대를 측정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어 지질과 고고학계에서 근래에 많이 이용된다. 더구나 이 측정법의 측정 상한은 1억 년이나 되는데다 측정 시료의 제한을 받지 않고 조개, 뼈, 질그릇 등 고고학에 관련되는 유물들 거의 모두 측정이 가능하다.

이 측정방법은 특히 청동기 신석기 시대의 유물 측정에 두각을 보인다고 알려졌다. 평양시 상원군 흑우리에서 발견된 구석기 시대의 검은모루 유적은 원래 40만 70만 년 전으로 추정되었으나 근래에 100만 년 전의 원인들이 남긴 것으로 추정하여 수정 발표된 것도 전자상자성공명법을 사용하여 재측정했더니 연한이 올라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한국학자들이 북한 측의 발표에 의구심을 품는 것은 단군릉에서 발굴된 사람뼈를 C14 탄소연대측정법으로 측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일반적으로 5천 1만 년 이내의 인골에는 C14 탄소연대측정법을 사용하는 것이 통례인데 1만 년 이상 거슬러 올라가는 유물에 주로 이용하는 전자상자성공명법을 사용한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특히 단군 뼈라고 주장하는 인골 중에서 단군의 나이를 골반뼈로 추정했다고 하는데 골반뼈는 나이가 아니라 성별 추정용이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북한 학자들이 C14 탄소연대측정법을 사용하지 않고 전자상자성공명법을 사용한 것은 전자상자성공명법으로는 시료가 몇 그램이면 충분한데도 C14 탄소연대측정법으로는 시료가 몇 킬로그램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단군릉에서 나온 인골이 많지 않은데 C14 탄소연대측정법으로 측정한다면 연대는 측정할 수 있으나 유골은 거의 없어질 것이고 더불어 단군의 유골을 영구 보존하는 것 역시 후손들이 할 의무라고 강조했다.

북한 측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한국 측에서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은 가속기질량분석기가 개발되어 0.001그램의 시료만 있어도 정확하게 연대 측정이 가능할 만큼 발전했기 때문이다. 앞에서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그야말로 먼지 크기의 시료만 가지고도 유물의 나이를 알아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에 시험 재료의 과다여부를 놓고 측정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논쟁의 쟁점인 것이다.

전자상자성공명법 사용에 대한 논쟁은 1987년, 캐나다 맥매서대학의 슈왈츠 박사가 발표한 논문에 의하여 더욱 가열된다. 이 논문은 전자상자성공명법으로 인골을 측정할 경우 가장 적합한 것은 치아에 있는 에나멜이며 그 외의 뼈들은 측정 결과가 정확하지 않다고 발표했다. 특히 화석화된 인골은 성분이 변하므로 인골의 절대연대 측정의 정확도를 떨어뜨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슈왈츠 박사의 논문에 의하면 평양에서 발굴된 단군 인골을 전자상자성공명법으로 측정할 경우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개연성을 보여주지만 슈왈츠 박사의 논문을 그대로 인용하는 것도 문제는 있다. 전자상자성공명법으로 인골을 측정할 경우 오차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북한측의 주장을 무조건 믿을 수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남한 학자 모두가 북한의 단군릉 발굴과 그곳에서 출토된 유물의 존재 여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은 아니다. 1993년 10월에 열린 〈단군 및 고조선에 관한 1차 학술발표회〉에서 발표된 논문을 검토한 일부 학자들은 북한의 주장이 완전히 허황된 것만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문제는 앞으로 많은 학자들에 의해 보다 정확한 진상이 밝혀질 것으로 생각되므로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다. 후학들에게 많은 문제를 남겨 준 북한의 단군릉 발굴에 의한 단군은 측정방법의 의혹 불식을 포함하여 앞으로 보다 많은 자료 제공과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명쾌한 결론을 우리들에게 줄 것으로 기대한다.

〈화성에서 날아온 운석의 연대도 측정〉
20만 년 이상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지구의 연대가 46억 5천만 년이나 되었고 화성에서 날아온 운석의 연대가 36억 년이나 된다고 발표한 근거는 무엇일까.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와 같이 오랜 시기의 것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근래에 각광받고 있는 측정법이 고고지자기법(考古地磁氣法)이다.
학자들은 자석이 남북을 가르키는 이유로 지구가 커다란 자석으로 되어 있다고 추정한다. 지구의 자석은 현재 일본의 경우 정북 방향에서 서쪽으로 10도 정도 벗어나 있다. 이를 편각(偏角)이라 하는데 편각과 복각(伏角)은 일정하지 않으며 세월이 지남에 따라 변한다. 그런데 과거의 가마터에서 탄 흙이나 화산이 폭발하여 멀리 날라간 화산재 속의 자성광물은 당시의 편각과 복각을 갖고 있다.

연대를 알고 있는 시료를 이용하여 편각과 복각이 변화하는 것을 나타내는데 이를 ‘지자기의 영년변화도(永年變化圖)’라고 한다. 연대를 알고 싶은 시료의 편각과 복각을 측정하여 영년변화도에 맞춰 보면 그 시료의 연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지구 자석을 벗어난 방위가 극단적인 경우에는 남북이 역전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영년변화도를 사용하는 고고지자기법으로는 수천 년 전이 한계이나 학자들은 이를 보다 발전시켜 몇십 만 년 전은 물론 몇 억 년의 지자기 기록도 추정할 수 있다. 유명한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이 재검증되고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도 지자기법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보다 오래된 년대를 측정하는 방법 중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것은 C14처럼 방사성 동위원소에 의해 절대 연령을 측정하는데 C14보다 반감기가 훨씬 장기간인 것을 사용하는 것이 다르다. 반감기가 48억 8천만 년이나 되는 Rb-Sr 연령 측정법, 반감기가 13억 년이 되는 K-Ar 연령 측정법은 물론 Ar-Ar 연령 측정법, Th-Pb 연령 측정법, Sm-Nd 연령 측정법이 각 시료에 따라 사용되는데 이를 ‘어미원소와 딸원소의 비율에 의한 측정 방법’이라고도 한다.

Rb-Sr법은 Rb(루비듐)87이 방사성 붕괴되어 Sr(스트론튬)87이 되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암석내의 Rb원소는 시간이 지남에 Sri87과 Rb87로 되는데 Sri는 암석 내에 존재하고 있던 Sr의 초생치이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반감기가 48억 8천만 년이 되므로 어떠한 물질의 연령도 측정할 수 있는데 특히 마그마(암석이 녹은 것)가 굳어서 된 암석의 연령을 측정하는데 적당하다.

K-Ar측정법은 K(칼륨)를 함유하는 광물이 많다는 것을 이용한다. K40이 방사선 붕괴하면 Ar(아르곤)40과 Ca(칼슘)40으로 변한다. 마그마가 식어서 암석으로 굳은 다음에 생성된 Ar40은 화성암 내에 축적되므로 K40의 양과 축적된 Ar40의 양을 측정하여 절대 연령을 구할 수 있다.

Th-Pb 연령 측정법도 Th(토륨)232동위원소가 방사성 붕괴하여 Pb(납)208이 되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Th는 U(우라늄)과 종종 같이 들어 있고 Pb204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들을 구별하지 않고 그대로 측정한다면 납의 양이 과다하게 측정돼 실제보다 오래된 것으로 측정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단점은 질량분석기(mass spectrometer)가 발명되어 질량 번호별로 납의 질량을 측정할 수 있으므로 정확하게 연대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을 앞에서 설명했다.

Sm-Nd측정법은 Sm(사마리움)147동위원소가 Nd(네오디뮴)143으로 되는 것을 사용한다. Sm-Nd는 지구의 변성 작용이나 지질학적 사건에도 영향을 적게 받아 원암의 정보를 잘 보존하고 있으므로 마그마의 기원, 마그마의 동화, 마그마의 혼합, 물질의 기원 등을 추적하는데 많이 이용된다.

그 밖의 연대측정방법에 핵분열비적법도 있다. 지르콘과 같은 광물 속에 들어 있는 우라늄이 붕괴하면 ‘알파’ 입자를 방출한다. 방출된 알파 입자는 광물 속을 지나면서 통과한 자리에 비적(飛跡)을 남기는데 이 비적을 세면 수백 년에서 수십 억 년까지의 연대를 측정할 수 있다.

이 핵분열비적법은 화산재가 굳어진 응회암의 연령 측정이 가능하므로 고고학에서 주목하고 있다. 최근 아프리카에서 응회암층에 남겨진 인류의 발자국 화석도 이 방법을 사용하여 연대를 측정한 결과 3백만 년 전의 것임이 밝혀졌다.

어떤 암석이나 광물에 대한 생성 연대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측정 시료와 동위원소의 비를 측정할 수 있는 질량분석기만 있으면 된다. 아폴로 우주선의 우주인들이 갖고 온 달 암석의 시료도 이와 같은 방법에 의해 연대 측정되었고 지질학자들이 지구의 연령을 약 46억 5천만 년으로 추정할 수 있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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